세브란스병원에 진료받으러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눈에 띄게 불편해진 걸음으로 여간해서는 온실을 떠나지 않는 저로서는 혼자 하는 바같걸음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보통 항공기로 도착한 이후는 택시로 이동합니다.
오늘도 비행기내리자마자 부지런히 택시를 탔습니다.
첫 비행기를 타고 내리니 9시 50여분,
10시 50분 진료예약시각까지는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올림픽대로로 갈까요, 강변북로로 갈까 물으시는 나이가 지긋한 택시기사분께 사정이야기를 하고, 알아서 가달라고 했습니다.
출근시간대도 아니구 올림픽대로든 강변북로든 비슷할거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 막힐거라고 말씀하시던 올림픽대로가 막혀서 마포지날때쯤에는 초조해졌고, 연희동 고가차도가 막히니 고가차도밑으로 돌아서 연대북문으로 가자는 말을 듣고 제시간에 가는걸 포기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북문근처지날때쯤 기사분이 3천원을 빼주겠노라 하십니다.
아무말도 안 했는데, 요금을 깍아주는 분은 생전처음이라 의아했습니다.
"평상시 다닐때는 택시비가 얼마 나왔습니까?"
"죄송해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무신경하게 나오는대로 택시비를 내고 다녔으니 기억이 나질않았습니다.
미터기를 보니 2만원 근처였습니다.
"그냥 2만원 받으세요"
"아닙니다. 예약시간도 늦었고 돌아서 와서 3천원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본관 입구에 도착하니 요금은 2만천원이 나왔고, 기사분은 내가 낸 2만원에 거스름돈을 3천원 내어주셨습니다.
4천원을 덜 받으신 셈입니다.
부지런히 뛰어올라가니 10시 52분.
예약시간에는 늦었지만, 다행히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다보니 택시요금도 깎아주는 기사아저씨도 만나네요.
다른 사람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가지신 분입니다.
4천원이 크고 소중하게 느껴져서 혼자서 웃어봅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