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텃밭
그닥 요리 하는걸 즐기지 않는 나에게, 손바닥만한 텃밭의 생산성은 놀라웠다. 가지 모종 2개, 방울토마토 5개, 오이모종 2개, 고추모종 10개를 심었을뿐인데,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였다. 아마도 가지나물을 이렇게 자주 해먹기는 내생애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부려서 따지 않고 묵히면 껍질이 두꺼워져서 맛이 떨어졌다. 여름내 따먹었던 풋고추가 지겨워질 무렵 태풍을 핑계삼아 텃밭을 정리했고, 내년에는 모종 수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우리집 작은 텃밭은 휴지기에 들어간 줄 알았다. 그런데 9월에 빈 땅이 허전하지 않냐고 남편이 종자를 사왔다. 시금치, 봄동, 월동 춘채였다. 작은 텃밭의 효율에 지친(!) 나는 부러 모른체하고 가만 두었다. 손바닥만한 곳에서 풀뽑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