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이야기/조경수

참새와 명자나무

반달이네 2019. 12. 14. 11:25

 

 

우리집 앞뜰에는 꽃다발 모양의 수형을 가진 명자나무가 있다.

수고는 2m가 안되고 직경은 1m쯤 된다.

키운지는 8년째인데 한옥에 옮겨 심은 건 1년이 되어간다.

전에 키울때부터 유독 이 나무에는 참새들이 즐겨 왔었다

아마도 명자나무의 수형때문일거라고 생각해왔었는데, 한옥에 오니 찾는 참새가 이삼십마리는 되는 거 같다.

오전이면 참새 소리로 부산하다.


명자나무 오른쪽으로는 붓꽃을 심어둔 돌로 만든 물확이 있다.

어제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마른거 같아서 물을 흠뻑 주었다.

오전에 우연히 밖을 내다보다가 미소가 지어졌다.

참새들이 그 조그만 돌확의 물구덩이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새를 싫어하는 내눈에도 그들의 모습은 신기했다.

워낙 쾌청한 날이라 햇빛에 새들이 튀기는 물방울들이 너무나 경쾌해 보였다.

덩치도 조그만 녀석들이 날개짓으로 작은 분수들을 서너개씩 만들었다.

참새들은 여닐곱 마리씩 잽싸게 목욕하고 물도 마시고는 명자나무로 돌아가곤 했다.

마치 동료들에게 좋은 목욕탕이니 가 보라는 것처럼.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돌확에는 여기저기 물이 흘러내린 자국이 선명했다.

하기야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목욕할만한 곳을 찾기가 어려울것이리라.


한참을 참새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데,반달이가 나타났다.

반달이가 누구냐.

제 구역에 참새 한마리 앉는 꼴을 못 보는 개니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우르르 참새들이 명자나무를 날아 오른다.

얼마나 자주 쫓아댔는지 명자나무 밑에는 길이 생겼다.


잠시후 햇살좋은 툇마루 위에 자리를 잡은 반달이가 꾸벅꾸벅 졸면서 따뜻한 겨울 해를 즐긴다.

우습다. 

떼로 날아다니는 덩치 큰 까마귀에게는 아무 소리 않는 반달이에게 참새야말로 만만한 상대인가 보다.

하기야 까마귀는 나도 무섭다.


앞으로는 자주 돌확에 물을 채워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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