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나의 하루

정원일의 즐거움/헤르만 헤세

반달이네 2015. 4. 20. 20:11

 

 

 

 

 

포도 덩굴을 지나 경사진 잔디밭을 내려간다.

밀짚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서 잘 배치된 돌계단을 내려간다.

내리막을 한 번 돌고 또 내리막을 지나면 어느덧 집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나는 가지치기한 회양목을 바라본다.

그것은 찬란히 빛나는 하늘을 향해 강직하게 솟아 있다.

정원이 나를 받아들인다.

넝쿨이 뻗어 있는 가파른 경사가 나를 받아들인다.

어느덧 생각은 집을 떠나 있다.

 

 

 

 

 

 

밤바람에 소술거리는 나무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정처없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가만히 오랫동안 귀 기울이노라면, 방랑하고 싶은 마음의 의미가 드러난다.

그것은 고통이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그 무엇이다.

방랑은 고향을 그리는 향수이며, 어머니를 기억하려는 동경이다.

삶의 새로운 비유를 찾으려는 동경이다.

방랑은 고향집으로 이끌어간다.

모든 길은 고향집으로 향해 있으며, 모든 걸음은 탄생이다.

모든 걸음은 죽음이며, 모든 무덤은 어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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