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나의 하루

진우의 회복을 빌며...

반달이네 2015. 4. 15. 22:25

오늘이 화요일이니 엿새째이다.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며칠 안 되었는데, 무척이나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4월 9일 목요일 아침.

 

온실동네에서 정을 주고 받는 동생같은 부부가 있다.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고 아침잠에서 깨었다.

큰 아이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올라갔는데, 기다려도 CT를 찍지 않는다고 했다.

 

떨어졌다고 해서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 삐거나 골절상 정도일텐데 응급실이나 병실이 아니고 중환자실이라니...

잠이 퍼뜩 깨었다.

 

통화를 거듭할수록 가슴이 뛰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심각했다.

얼굴 깨지고 뇌손상에 폐도 다치고, 대퇴부 골절에 의식불명이라고 했다.

사고 난 시각도 모르고, 새벽 두시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실려왔다고...

움직이는 게 안 좋다고 CT촬영조차 미루고 있단다.

 

자식을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에서 충격이었다.

내 아들과 같은 올해 대학 신입생, 새내기였다.

아침에 멀쩡히 나간 아이가 병원에 의식불명으로 실려온 것이다.

 

오전에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무것도 손에 안잡히고, 답답해서 그냥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엄마은 울어서 벌겋게 눈이 붓고, 아빠는 창백하게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 자리에서 난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빛에 대한 동공반사가 없다니...

심각한 뇌손상 아니 뇌사 상태까지 생각될 지경인데, 부부는 그게 뭘 의미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상황에서 그걸 절대 말할수도 없었다.

 

병원밖으로 나온 나는 한동안 멍했다.

부모로써 받을 고통이 짐작되었기 때문이다.

 

온실로 돌아온 내가 해줄수 있는 거라고는 어린 딸의 저녁으로 피자를 사다주고, 집에 들러 마당의 개에게 사료를 챙겨주고, 사색이 된 친정엄마에게 중환자실 보호자실에서 쓸 이불을 챙겨 가라고 말한 것 뿐이었다.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고...

 

오직 기도하는 마음뿐이다.

 

대학 1학년.

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청춘이다.

아직 시작도   못해봤는데...

 

착하고 이쁜 아들이었다.

상고를 졸업하고 전국에서 설계부분으로 대상을 받아 전문대도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부모로서 입장바꿔 생각하니 눈믈밖에는 안 나온다.

 

진우야,

어서 일어나거라.

 

기적을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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