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꿍둥이^^ 이야기/반달이랑 보름이랑

개산책시키기

반달이네 2017. 5. 4. 09:37

 

 



EBS프로그램중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고 있다.


강형욱 반려견 행동전문가가 진행하는데, 편안하고 부드럽게 행동을 교정하고,

평상시 궁금해했던 개의 심리상태를 이해할수 있게 해줘서 애청하고 있다.

가장 인상 갚었던 말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산책을 시킬 수 없다면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산책만 꾸준히 시켜도 개들의 문제점 절반은 줄어들 것이라는 그의 지론은 산책의 중요성을 주지시켜준다.


평상시 반달이의 짖음과 꼬리 물기 행동은 커다란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른 시골개와 달리 목줄도 없이 160여평에 풀어두고 키워서 산책이 그닥 필요하지 않을 거라 여겼고,

집안에서 재우고 먹여서 별 스트레스가 없을 꺼라 여겼었다.

마당에 알아서 대소변도 척척 해내었다.


하지만,반달이의 위협적인 짖음으로 이웃들과 마찰이 생겼다.

고민 고민끝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서울에서 훈련사를 초빙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장고끝에 악수라고 신문지 방망이로 심하게 때리는 훈련방법에는 거부감만 들었다.

분리불안으로 꼬리를 심하게 물어뜯어 결국 일부 절단 수술을 받아야했다.


시청횟수가 늘어가면서,

반달이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친구들의 공통점은 강아지적 사회화 교육이 부족했다는 것을 알았다.

가장 큰 원인은 생후 1개월때 어미개와 분리되어졌다는 것이다.


난생 처음 개를 키워 보면서 아무런 지식 없이 멋모르고 입양한 내 잘못이었다.

다양한 경험없이 키워진 반달이는 조그만 자극에도 놀라고 두려워 했고 크게 반응했던 것이다.

반달이의 반응에 놀란 이웃들은 소리지르고 야단치고, 덩달아 보호자인 나마저도 화를 내다보니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전쟁같은 시간속에서 이웃들로부터 상처받은 나는 사람들로부터 고립을 선택했다.

마당에 나가 있다가도 사람들 소리만 나면 개들을 데리고 들어가기 바빴으니까.


개별 산책을 시작한지도 오늘로서 12일째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가슴끈을 두 마리에 걸고, 예민한 반달이 먼저 산책을 시작한다.

반달이 30~45분 갔다오고, 곧이어 보름이와 30~40분 갔다온다.


처음에는 두고 간다고 보름이의 하울링으로 동네가 시끄러웠다.

걱정이 되어 5분씩 교대로 데리고 나와서 100미터 정도만 왔다갔다 했다.

짧은 산책에도 묵직한 배변봉투를 들고 들어올 수 있어서 놀라웠다.

다음날이 되자 영리한 개들은 기다리면 자기차례가 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기다려주는 개들에 안심되고 고마워서 차츰 산책반경을 늘려갔다.


9일째가 되자 반달이는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물론 나가서 처음 5분간은 과잉흥분상태라 아직도 꼬리 돌기를 하기는 하지만, 곧 냄새맡기에 집중해서 진정되곤 한다.

커플 산책시 정말 개끌리듯 끌려다니는 것도 개별산책시 내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이제는 마당에 내놓을때도, 개구멍을 열어둘때도 편안하다.


전에는 마당에 나갈때는 반드시 내가 따라 나갔었다.

짖기 시작하면 이웃들이 욕하기 전에 데리고 들어와야했기 때문이었다.

방에 들어와서도 나가자고 보채지 않는다.

개우울증인가 싶게 낮잠도 길고 편안하게 주무신다.

트럭이 지나가도 덜 짖고 금방 그치고 돌아온다.

담구멍에 눈을 대고 서 있지도 않는다.


전체적으로 변화가 생겼다.

생활이 느슨해지고 여유로워졌다.

아침에 1시간여의 투자가 하루를 바꿔놓았다.

이제는 길가다 마주치는 어르신들께도 밝게 인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매일 1시간의 걷기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꼬리물기가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겠지만,

한결 편안해보이는 반달이의 눈빛속에서 게으름피우지 않아야 할 이유를 읽는다.


반달이랑 보름이랑 야단치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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