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이야기/한옥 생활

작은 텃밭

반달이네 2020. 11. 17. 15:51

엉뚱한 매력견 보름이.

 

시금치와 봄동, 춘채가 자라고 있는 텃밭

 

봄동으로 끓인 된장국

 

 

 

 

텃밭에서 수확했던 풋고추, 방울토마토,가지

 

그닥 요리 하는걸 즐기지 않는 나에게, 손바닥만한 텃밭의 생산성은 놀라웠다.

가지 모종 2개, 방울토마토 5개,  오이모종 2개, 고추모종 10개를 심었을뿐인데,

열매가 열리기 시작하자 감당하기가 벅찰 정도였다.

아마도 가지나물을 이렇게 자주 해먹기는 내생애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게으름을 부려서 따지 않고 묵히면 껍질이 두꺼워져서 맛이 떨어졌다.

여름내 따먹었던 풋고추가 지겨워질 무렵 태풍을 핑계삼아 텃밭을 정리했고,

내년에는 모종 수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렇게 우리집 작은 텃밭은 휴지기에 들어간 줄 알았다.

그런데 9월에 빈 땅이 허전하지 않냐고 남편이 종자를 사왔다.

시금치, 봄동, 월동 춘채였다.

작은 텃밭의 효율에 지친(!) 나는 부러 모른체하고 가만 두었다.

손바닥만한 곳에서 풀뽑기가 지겹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 남편은 빈 텃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더니만, 아침마다 들여다보고 즐거워 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으로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문제는 보름이었다.

씨를 뿌리기 위해 땅을 갈아엎고 골라놓으니 그 부드러운 촉감이 녀석의 맘에 들었나 보다.

마당에 나올때마다 녀석은 텃밭에 소변을 보는 게 아닌가.

보름이가 싸고나면 반달이가 그 뒤를 따라 소변을 누고.

그 장면을 몇번이나 목격하고는 남편에게 텃밭의 채소는 먹지 않겠다고 했다.

남편은 거름 주는 셈이라며 웃어넘기면서도 쉬는 날이면 물을 주곤 했다.

 

싹이 나고 잎이 자라니 보름이도 더 이상 화장실로는 적합하지 않았는지 그냥 지나다녔다.

지난주 이제는 탐스럽게 자란 봄동을 보고 고민하다가

끓여 먹으면 괜찮겠지 싶어서 된장국을 만들었다.

(생으로 쌈싸먹기는 찝찝하고, 남편의 공이 아깝기도 해서)

배추 된장국은 해먹어봤어도 봄동으로 끓이기는 처음이다.

뭐 그런대로 맛있었다.

봄동의 달끈한 맛이 배추와 비슷했다.

 

봄동은 이렇게 해결했다지만, 시금치와 춘채는 삶아서 무쳐야하나 고민이다.

그래도 보름이를 보면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나온다.

못 먹으면 어떠랴, 관상용 야생화로 여기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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